알림마당

보도자료_[인터넷뉴스] 청소년 디지털 중독 늘어나는데… 예산도 해결기관도 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최고관리자   조회수 : 83회   작성일 : 24-07-23

본문

"대안활동이 답… 치료에만 최대 3년"
752750c11a55075d160898309102c406_1721696180_0542.jpg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학생들의 모습. photo 연합
 
[주간조선] 권아현기자 = 김민서(18)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3년간 학교를 가지 않고 '매일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했다. '텅 빈 사람처럼' 폰게임을 하고, 미제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보고, 트위터 친구들과 애니메이션 얘기를 했다. 그런 민서가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스마트폰을 대신할 활동이 많아지고 나서'부터다. 민서는 서울시립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이하 아이윌센터)에서 게살과 계란을 섞어 김밥을 만들 때 스마트폰을 하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 몇 년간 센터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나서야 민서는 스마트폰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이제 민서는 하루 2~3시간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아이윌센터는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 사용을 돕기 위한 전문 공공기관이다. 광진, 보라매, 마포, 창동, 강북, 강서 총 6개 권역에 설치돼 있다. 최근 디지털 과의존 청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이 센터들의 효용이 커졌지만 오히려 센터 통폐합 논의가 나오고 아동청소년 관련 예산도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6개 권역에 설치된 아이윌센터

아이윌센터의 기능은 크게 예방교육과 치유활동으로 나뉜다.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54조에 따라 각 교육기관에 직접 예방교육을 가고, 대안활동을 비롯해 개인, 집단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중독을 치료한다.

민서는 강서아이윌센터에서 5번의 11박 12일 치유캠프를 가고, 다양한 대안활동에 참여한 끝에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포 아이윌센터 관계자는 "대안활동은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경험을 했을 때 즐거운 기억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런 기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마트폰을 하다가도 그로부터 빠져나오기 쉽다"고 설명했다. 강서아이윌센터 송신명 운영총괄부장은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12주, 최대 3년이 소요된다"고 했다.

아이윌센터 6곳의 디지털 과의존 집단상담 서비스 효과 분석 결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 년 모두 '조절실패, 현저성, 문제적 결과' 등 과의존 주요증상이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강서아이윌센터의 청소년 이용자 수는 최근 4년간 꾸준히 늘었다. 2020년 3만6000여명에서 2023년 6만5000여명이 된 것이다. 총 이용자 중 청소년 비율 또한 4년 내내 80%를 넘었다.

이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시는 이 중독예방센터를 통폐합 축소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4일 개최된 제324회 정례회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계약기간이 임박한 아이윌센터를 언급하며 "현재 청소년 시설 59개를 운영, 유지 중에 있는데 그 기능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다"며 "권역별 조정을 통해 시설을 축소, 통합하고 효율적 활용이 가능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송재혁 서울시의원은 "최근 도박과 인터넷 등 중독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따라서 더욱 절실히 강화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이미 전문화, 체계화되어 있는 곳을 통합하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부모 교육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 중독의 원인에는 가정환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서아이윌센터 김혜연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족단위로 방문을 많이 하신다. 자녀의 인터넷 중독을 부모가 직접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가정교육이 어려운 분야이니 센터에서 부모 교육, 사용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독 치료 전문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미취학 아동 중독 문제의 경우 대부분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부모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복지 예산 또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참여연대의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결과를 보면 보건복지부 예산 중 아동·청소년 예산은 2조8209억원으로, 2023년 2조8384억원과 비교해 0.62% 줄었다. 아동·청소년 1인당 예산은 약 41만원으로 2023년 약 40만원 대비 단 1만원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센터 관계자 A씨는 "아동청소년 예산은 매년 줄고, 그 대신 청년 쪽 예산이 늘고 있다. 미성년자 아이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으니 그렇다.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 중독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데 당국의 지원과 예산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 B씨는 "청소년이 성인보다 중독에 더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도박·마약 등 대부분의 중독기관들은 성인 중심이다"라고 했다.

성인에만 치료 집중… 센터 축소 논란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아이윌센터의 예방교육 또한 꼭 필요한 사업이다. 지난 7월 10일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3회 차 인터넷중독 예방교육이 진행됐다. 강서아이윌센터 예방교육팀은 "초등학생의 경우 2번이 의무지만 6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강력히 권유드리고 있다. 어렸을 때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이날 4학년 학생들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건강하게 누리는 법'을 주제로 예방교육을 받았다. 지난 2회 차 교육 때 배웠던 스마트폰 중독 부작용인 거북목, 안구건조증 등을 큰소리로 말하며 복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이윌센터의 예방교육은 효과성 검증 결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 년 모두 과의존의 특징이해, 문제대응 방법 등에 대한 이해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그러나 예방 교육 또한 예산·인력부족에 따라 점점 열악해지는 실정이었다. 센터관계자 A씨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 전교생을 한꺼번에 강당에서 교육을 한다. 영상을 틀어주거나 방송실에서 일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그 방식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시간은 상관없이 횟수만 정해져 있기에 1~2시간만 진행하며 횟수만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한 "한 센터당 너무 많은 지역을 담당하는 데다가 센터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1년에 2번 교육해야 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겨우 1번씩만 센터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나머지 1번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아이윌센터는 공연과 체험거리를 대안활동으로 제시하는 축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는 서울시아이윌센터 6개가 연합해 '디지털 안전망 축제 - 뚜벅뚜벅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을 열였다. 폭염주의보가 있었음도 불구하고 3700여명이 인원이 축제에 참가해 디지털 중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뚜벅뚜벅 챌린지는 17일간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내려놓고 걸으며 가족, 친구와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그룹당 평균 걸음수를 누적하여 합산하고, 최대 걸음수로 시상하는데 총 469명이 참여했다. "근육이 생겼어요." "밤마다 친구들을 만나 걷고 배구를 하다 보니 배구를 좀 더 잘하게 됐어요." 이날 1등을 한 서울숭곡초등학교 학생들에게 17일간 어떤 변화가 있었냐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노승연(11)양은 "한 사람당 하루에 1만보 정도 걸었어요. 스마트폰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은지수(12)양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8시간이었는데 4시간으로 줄었어요"라고 밝혔다.